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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특집

세상과 교회 비추는 '빛과 희망' 소공동체 20년

by 세포네 2012. 10. 7.

2012 소공동체 지역ㆍ전국모임 결산

 

▲ 소공동체 전국모임 참가자들이 9월 20일 파견미사에서 이웃과 지역사회에 복음의 빛을 비추는 하느님 일꾼으로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촛불의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소공동체는 과연 한국교회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소공동체가 친교와 말씀으로 무장해 본당 공동체를 살찌우고, 나아가 지역사회에 복음의 빛을 비추는 '교회의 새로운 존재 양식'이 되려면 어떤 장애를 극복해야 하나.

 한국교회 소공동체 사목 도입 20돌을 맞아 9월 한 달간 숨가쁘게 열린 3개 교구(대구ㆍ부산ㆍ전주) 지역모임과 전국모임은 소공동체 20년의 체험과 성과를 나누고, 새로운 비전을 모색하는 '아고라(Agora)'였다.

 참가자들은 우선 소공동체가 지난 20년간 평신도들에게 자발성과 참여의식을 불어넣어 주고, 말씀과 친교로 무장시켜준 성과에 주목했다. 특히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강조한 친교의 교회론이 자연스럽게 뿌리내려가고 있는 현상을 높이 평가하면서 소공동체에서 한국교회 희망을 찾았다.
  
#소공동체 교회 성장과 변화 이끌어

 전 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는 9월 11일 부산 지역모임에서 "한국교회는 소공동체를 통해 친교의 교회, 참여하는 교회로 변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소공동체는 일시적 '운동'이 아니라 성경 말씀과 공의회 가르침을 따라 친교의 교회를 이루고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소공동체 덕에 본당 공동체가 한층 활성화하고 발전하는 구체적 사례를 나누며 소공동체 정착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서울 무악재본당 조재연 신부는 소공동체 원리에 기초해 청소년 친화적 본당을 만들어가고, 서울 제기동본당 최경옥 수녀는 소공동체 '말씀터'와 '두레(구역)자치회'를 통해 본당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성과를 발표했다. 광주대교구 학운동본당 안호석 신부는 소공동체를 활성화해 우리농촌살리기와 다문화가정 돌보기 등 지역사회 복음화에 앞장서는 모범사례를 소개했다.

 참가자들은 또한 소공동체 정착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극복 방안을 모색했다. 대표적인 게 교회 구성원들이 소공동체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고, 본당에서 수평적 의사소통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최덕기 주교는 "평신도ㆍ수도자ㆍ사제들의 리더십이 수직적이고 지배적인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소공동체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특히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사제들 이해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 참가자는 사제 관심도에 따라 소공동체가 활성화되거나 침체되는 문제에 대해 "신자들이 성경 말씀 나눔과 자율적 봉사로 삶이 다져져야 (주임신부 관심도에 따른) 변화에 적응할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소공동체와 사도직단체 활동이 겹친다는 반복적인 문제 제기에 대해 의정부교구 의정부본당 서춘배 신부는 "단체 활동은 목적이 뚜렷하지만 소공동체 활동은 신앙인으로서 복음을 증거하는 일상 삶의 모든 것"이라며 "소공동체는 할머니 몇 분이 모여 음식을 나누는 것처럼 친교의 자리만 돼도 좋다"고 말했다.
 
 #세상에 복음의 빛 비추는 소공동체

 올해 지역 및 전국모임에서 20살 성년이 된 소공동체가 본당 울타리를 벗어나 지역사회 복음화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도 큰 소득이다.

 대구가톨릭대 정희완 교수신부는 19일 전국모임에서 "소공동체는 파편화되어가는 현대사회에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게 하며 사회 변화를 위한 자발적 결사체가 될 수 있다"며 "소공동체는 교회 쇄신과 사회 변화(하느님 나라 건설)라는 그 본연의 목적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는 "가톨릭 신앙인 역시 세상 속에서 살 수밖에 없고, 세상의 문제들과 무관하게 살 수 없다"며 "이것이 소공동체가 성서 말씀을 나누고 기도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다과를 나누고 끝나서는 안 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광주가톨릭대 김정용 교수신부는 "소공동체가 교회 내부 활동으로 이해되어 세상 복음화라는 본래의 지향이 충분히 살아나지 않은 점은 성찰이 필요하다"며 실천 방안으로 △사회교리에 대한 이해 △사회적 약자와 연대 △윤리적(착한) 소비 실천 △생명·인권·환경문제에 대한 연대 등을 제시했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

▨ 소공동체 봉사자들 말을 들어보니...


<이런 점이 힘들어요>

 -복음나누기 7단계가 힘들어요(참가자들이 묵상나눔을 어려워하고, 나눔에서 나온 말이 밖으로 새나가 갈등이 생기기도)
 -참석률이 낮아요(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한 사람들의 텃새, 젊은 사람들 참석 저조, 사제 관심 정도에 따라 참석률 변화)
 -봉사자가 부족해요(맞벌이 부부 증가, 소공동체 인식 부족, 장기 봉사자의 편파적ㆍ독단적 운영, 양성교육 시스템 부족)

 <이렇게 해야 합니다>

 -불참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갖자"는 초대 문구로 문자 메시지 발송
 -반장 역할이 가장 중요. 총무는 2년 동안 '반장수업'해야
 -폐단을 예방하고, 새로운 봉사자 양성 위해 봉사자 임기 꼭 정해야
 -묵상나눔 비밀 지켜야

▨ 제11차 소공동체 전국모임 최종 선언문(요약)

 

▲ 평신도 수도자 사제 대표가 소공동체 전국모임 폐막미사에서 최종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마태 5,14)-세상 속의 소공동체

올해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이하 공의회) 개막 50주년을 기념하는 해인 동시에 한국교회가 소공동체를 시작한 지 20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우리는 공의회에 감도하신 성령께서 한국교회에 그 정신을 실현하는 길로 소공동체라는 선물을 주시고 이끌어 주셨음에 감사드린다.

 ▶소공동체 지역모임 열매들

 오늘날 교회 과제로 주어진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 소공동체를 통해 말씀을 듣고 묵상하고 나누며 세상에 복음을 선포하는 역할이 중요함을 인식했다. 또한 소공동체는 공의회의 교회관을 가장 잘 표현하는 사목 비전임을 재확인했다. 즉, 소공동체는 '복음화 못자리'이고 '교회 희망'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러나 공의회가 말한 하느님 백성의 친교 공동체는 교회 울타리 안의 개인이나 가족, 이웃과의 관계에만 머물러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의 교회로서 정치 경제 사회와 관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 소공동체는 시대의 징표를 식별하고 참여함으로써 세상을 구원하고자 오신 하느님 강생의 신비를 드러내는 표지가 돼야 함을 자각했다.

 ▶사회와 교회가 직면한 문제들

 세상은 어둠과 혼동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는 인간을 물신주의와 쾌락주의가 만연한 사회 환경으로 내몰았다. 세속주의 물결 속에 전통 윤리의식은 붕괴되고, 종교적 가치마저 그 의미를 상실해가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사람들은 삶의 의미와 목적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교회 안에도 자본주의 병폐가 유입되고 있다. 양적 증가에 집착하는 성장주의, 건물과 거룩한 상징을 마케팅으로 이해하는 상업주의, 신학과 영성을 지식으로만 소비하는 소비주의 등 교회 안에도 세속주의 경향이 자리 잡고 있다. 오늘날 교회 위기는 교회가 진정 세상의 빛이 되지 못하는 데 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소공동체 20년을 돌아보며 소공동체가 세상과 교회를 비추는 등불이었으며 교회의 길을 비춘 빛이었음을 발견했다. 또한 교회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물었고, 세상 속에 현존하는 교회로서 그 사명과 역할을 자각했다. 아울러 모범 사례들을 나누면서 소공동체가 교회 본질을 드러내는 세상의 빛이며 희망임을 발견했다.
 
 ▶과제와 제안

 우리는 소공동체 안에서 친교를 나누고 성체와 말씀으로 힘을 얻어 교회와 세상의 변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본당 조직과 운영원리, 말씀을 생활화하는 프로그램들을 통해 모범사례들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쇄신 방안으로 도입해 이를 확산해 간다. 소공동체 안에서 사회 현실을 바라보고 세상의 온갖 불의와 죽음의 문화에 맞서 정의와 평화, 사랑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헌신한다.

 ▶결론

 우리는 소공동체가 미래 교회에도 공의회 정신을 실현하고 세상을 비추는 빛으로서 희망이 됨을 자각했다. 소공동체 20년은 완성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며 새로운 시작이다. "보라 내가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든다"(묵시 21,5)는 말씀의 빛으로 그 약속을 믿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

2012년 9월 20일
 제11차 소공동체 전국모임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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