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고약하고 성숙치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좋은 얘기인데도 누가 얘기를 하면 다 듣기 싫은 경우입니다.
그런데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행실은 따르지 않더라도
그들이 하는 말은 다 실행하고
지키라고 오늘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그들의 행실이 그릇되어도
그들의 가르침이나 말은 맞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말씀을 듣고 오늘 두 가지로 저를 반성합니다.
하나는 신앙적이지 못한 저에 대한 반성입니다.
어떤 분의 강의를 듣게 되면 강의는 잘 하는데
꼭 하느님을 가지고 장사하는 것 같아서
듣고 싶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그 누구를 통해서도,
그 무엇을 통해서도
하고자 하시는 말씀을 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럼에도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람의 인품에 따라
제가 받아들이기도 하고 받아들이지 않기도 한다면
이것은 신앙적으로 성숙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인간에 의해
좌우될 수는 없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만약 하느님의 말씀이
인간의 권위와 능력과 인품에 의해 좌우된다면
그것은 하느님의 말씀이 아니고
인간의 말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도
그 말이 하느님에게서 온 것이 아니고
맞지 않으면 받아들이지 않고,
반대로 아무리 내가 싫어하는 사람일지라도
그 말이 하느님에게서 온 맞는 말이면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위선적인 저에 대한 반성입니다.
저만 그런 것이 아니겠지만 좋은 말은 많이 하는데
말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 것에 대한 반성입니다.
어디 가든지 좋은 말을 해야 되는데
좋은 말을 할 만큼 좋은 사람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늘 위선적입니다.
그래서 복음 선포와 저의 위선 사이에 고민을 합니다.
위선적이지 않기 위해서 입을 다물어야 하는가,
나의 위선이야 어쩔 수 없는 것이니
그래도 복음 선포를 해야 하는가?
재작년 저희 수도원 회의에서 하나의 결정을 하였습니다.
복음 선포 차원에서 인터넷 상에
말씀 나누기를 하자는 것이지요.
그런데 다른 형제들은
지금 거의 안 하고 저만 하고 있습니다.
왜 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저와 같은 고민 때문입니다.
보통의 강의나 강론도 위선 때문에 부담스러운데
이것은 글로 남기는 것이고
그것도 인터넷 상에서 여기저기 막 떠다니는 것이기에
너무 부담스럽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수도원에서 형제들이 하는 강론을 들으면
참 좋은 내용이 많아서 강론을 올렸으면 하는데
형제들은 영혼이 참 순수해서 올리지 않고
저는 뻔뻔해서 글을 계속 올리고 있습니다.
강론을 하건 하지 않건
저는 어차피 위선적이라고 철판을 까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것이 복음 선포를 위장하여
나의 선과 사랑을 과장하는 것이 아니 되도록
오늘 주님의 말씀을 엄중히 들으며
가책의 채찍질을 포기하지 않기를 빌 뿐입니다.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작은형제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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