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김포에 갔다가 재밌는 광고 문구를 봤습니다. 중고차를 산다는 전단지인데, 이렇게 쓰여 있었다. ‘안 굴러 가도 삽니다...’ 참 말도 안 되는 광고지만, 재밌는 표현 때문에 기억이 납니다. 실제로 굴러가지도 않는 차를 가져다 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안 굴러가고 아무 것도 아닌 사람들을 가져다 쓰시는 분이 계십니다. 바로 하느님 아버지이십니다. 그러한 모습을 요즘 독서에 나오는 모세의 생애에서 볼 수 있습니다. 무디라는 사람은 모세의 생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모세는 처음 40년 동안에 자신이 대단한 인물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리고 그 다음 40년 동안에는 자신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40년 동안에는 아무 것도 아닌 자를 하느님이 들어 쓰시면, 능력자가 될 수 있음을 아는 삶을 살았다.”
실제로 모세는 왕궁에 살면서 자신이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다가, 광야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아무 것도 아님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시기에는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라도 하느님이 들어 쓰시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됩니다.
하느님은 자신이 선택한 사람, 사랑하고,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에게 능력을 부어, 당신의 일을 하게 만드십니다. 이는 오늘 복음 말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아라, 내가 선택한 나의 종, 내가 사랑하는 이, 내 마음에 드는 이다. 내가 그에게 내 영을 주리니, 그는 민족들에게 올바름을 선포하리라.”
하느님의 일을 하기 위해서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대단한 능력이나 재능도 아니고, 재력이나 권력도 아닙니다. 우리가 능력이 없고 안 굴러가도, 하느님이 영을 부어주시면, 민족들에게 올바름을 선포하는 신앙인이 될 수 있습니다.
많은 신앙인들이 어떤 봉사직을 맡기에 앞서 부족한 자신의 능력만 바라보며, 주저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나약함, 한계만을 바라보는 사람은 하느님의 영에 의지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세도 처음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았을 때, “제가 무엇이라고 감히 파라오에게 가서, 이스라엘 자손들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낼 수 있겠습니까?” 라며, 자신의 한계와 무능만을 바라봅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선택하셨다는 것은 그에 걸맞는 능력도 함께 주시리라는 약속이 내포되어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코린토 후서 4장 7절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보물을 질그릇 속에 지니고 있습니다. 그 엄청난 힘은 하느님의 것으로, 우리에게서 나오는 힘이 아님을 보여 주시려는 것입니다.”
능력을 주시는 것도 하느님이시고, 일을 이루시는 것도 하느님이십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믿음으로 하느님의 일을 해 나가는 것입니다.
- 김기현(세례자요한) 신부 만수1동성당 보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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