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mphony No.2 in D major, Op.73 브람스 / 교향곡 제2번 Johannes Brahms, 1833∼1897
작품 개요 및 구성 브람스는 신고전주의자로 분류될만큼 고지식한 음악가였으며 베토벤이 극한까지 밀고나간 고전주의 음악의 전통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작곡가이기도 하다. 초기에 그가 작곡한 피아노 소나타나 실내악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충실한 울림과 실내악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의 원대한 스케일이다. 그는 교향곡의 창작이야말로 베토벤을 계승하는 작업이라 믿고 자신의 첫 교향곡의 작곡에 착수했다. 그러나, 실제 작품이 완성된 것은 무려 23년 후였으며 이러한 신중함에 의해 탄생된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은 엄청난 힘과 완벽한 구조를 자랑하는 걸작이 되었다.교향곡 1번의 발표 직후, 무슨 주문에서 풀려난 사람처럼 브람스의 교향곡 창작은 순조로와졌다. 1번 교향곡을 완성한 다음해인 1877년에 제 2 교향곡은 작곡되었다. 1877년 당시, 그리 건강이 좋지 못했던 브람스는 요양차 펠차하라는 도시에 들렀다. 그곳의 자연이 주는 경이감과 생명력에 감동한 브람스는 곧바로 신작 교향곡의 작곡을 시작하였다. 1번 교향곡의 부담감이 사라지고 나자 그는 마법이 풀린 사람처럼 순조롭게 작곡을 해나갈 수 있었다. 2번 교향곡은 착수한 지 불과 4개월만에 완성되었으며 차분한 분위기와 작곡의 배경등을 감안해 ‘브람스의 전원교향곡’이라고도 불린다. 실제로 각 악장의 기조음이 3도씩 하향하여 긴장이 이완된다는 점이나 목관의 사용이 풍부해서 다른 작품에 비해 온화한 인상을 갖고 있다는 점 등, 이 작품에는 목가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1악장 알레그로 논 트로포 음악학자인 크레치머는 1악장을 가리켜 "저물어가는 태양이 숭고하고 그 위에 진지한 빛을 던지는 즐거운 풍경"이라고 평하였는데, 말 그대로 평화롭고 온화한 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저물어가는 저녁하늘을 바라보며 홀로 상념에 젖어있는 쓸쓸한 시정도 매우 잘 나타난 악장이라고 할 수 있다.제시부는 저음 현악기가 기본 화성을 제공하는 가운데 호른이 여명을 그리는 것처럼 시작된다. 변형되는 고음의 주제를 목관이 받고 곧이어 바이올린이 이에 응답하면서 새로운 주제가 등장한다. 제 2주제는 전원적인 저음의 등장과 함께 나타난다. 이 작품의 1악장은 전체 연주시간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길지만 작곡된 결과물이 복잡하다거나 구조적으로 세밀하기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전체 악장을 들어보면 편안하고 안락한 선율들의 변형이 곳곳에서 솟아나는 느낌을 가질 수 있으며 ‘노래하는 교향곡’이라는 제목을 붙여주고 싶을 정도로 친숙한 선율들이 등장하곤 한다. 확대된 소나타 형식의 1악장의 온화함은 2악장으로 연결된다. 2악장 아다지오 논 트로포 우수에 젖은 듯한 사색적인 악장으로서 장조의 조성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고독한 시정이 감돌고 있다. 형식은 변형된 형태의 소나타 형식으로서 발전부 자체가 경과부화 되어 매우 짧고, 또한 재현부는 변주곡 형태로서 제2주제가 생략되어 있다. 필자는 이 재현부 전체를 하나의 변주곡으로 이해하는 편이 더 쉽게 느껴졌다.브람스의 교향곡이 가지고 있는 우수와 정신적 깊이가 나타나있다. 역시 이 부분에서도 목관과 저현 악기가 중요한 역할을 하며 바이올린에 이끌린 선율이 주제를 연주한다. 2악장의 특징은 중간부의 진폭이 큰 현악기의 소용돌이가 금관과 타악기와 어울리는 부분에 있다. 드보르작의 8번 교향곡을 연상시키는 작품이지만 브람스의 이 작품이 더욱 소박하며 품위있는 주제를 가지고 있다. 3악장 알레그레토 그라치오소 가장 경쾌한 악장으로서 다음 4악장의 분위기를 암시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그러나 역시 곡 전체에서 느껴지는 애수에 찬 시정도 나타나는데 제1주제가 특히 그러하다. 형식적으로는 A-B-A'-C-A" 구조의 론도 형식이지만, 스케르초의 형식을 바탕으로한 변형된 구조로 보는 것이 무난하다. ‘목가’라는 별명에 꼭 맞는 악상이다. 목관악기가 현악기의 피치카토를 배경으로 주제를 연주한 후, 현악기가 분위기를 바꾸어 민첩한 움직임을 보인다. 곧이어 다시 주제가 등장하는 간단한 3부 형식의 악장이다.
4악장 알레그로 콘 스피리토 브람스 교향곡 전 악장 중에서 이처럼 찬란하고 통열한 피날레는 찾기 힘들지 않을까. 어떤 설명도 이처럼 아름답고 기쁨으로 충만한 시정을 모두 보여줄 수 는 없을 것이다. 4악장을 통해 필자는 브람스의 정열과 사랑을 발견할 수 있었으며, 작곡 당시 페르차하에서 보낸 1877년의 여름이 그에겐 얼마나 각별하였던가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이미 필자에게도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되어버렸다. 그곳에서 브람스가 바라보았던 '그 풍경'에 마음껏 취해 보고 싶다. 4악장은 소나타 형식으로 되어있고, 특히 제1주제는 두 개의 악구로 이루어져있다. 이 중에서 제2악구는 제2주제로 이행하는 경과부를 수반하고 있어서 주제와 주제를 연결하는 기능도 하고 있다.
쾌활함으로 가득차 있다. 브람스의 작품 중에서 이처럼 낙천적인 피날레는 다시 없을 것이다. 현악기의 리드미컬한 연주를 배경으로 금관과 팀파니가 가세해서 마치 춤곡과도 같은 화려함을 선사한다. 역시 현과 목관이 번갈아가며 등장시키는 주제의 대비가 흥미롭다. 전체적으로 빨라지며 고조되어가는 음향이 코다로 바로 이어진 후 작품이 끝난다.역시 4악장의 피날레는 어느 작곡가의 피날레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밝고 열정적이다. 특히 398마디로부터 등장하는 위풍당당한 금관의 효과는 2관 편성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대단하다. 이 피날레는 흡사 교향곡 1번의 4악장과도 유사하지만 그 보다더 젊음과 기쁨으로 넘쳐난다.
교향곡 2번의 3가지 감상 포인트 (1)브람스의 <전원교향곡> 이 곡은 오스트리아의 페르차하라는 곳에서 여름을 보내면서 작곡되었는데, 당시 이곳에서 브람스는 가장 많은 친구들을 얻게 되었으며, 매우 즐겁고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곡이 완성된 다음해 여름에도 브람스는 또다시 그 곳으로 휴향을 가기까지 했으며, 더욱이 2번 교향곡에 감동을 받았던 사람들까지도 "페르차하라는 곳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일까"라고 말하였다 한다.따라서 교향곡 2번은 브람스 자신도 언급했듯이 부드럽고, 따뜻하며, 목가적인 시정이 넘치는 아름다운 곡이다. 이것은 그의 1번 교향곡에서 볼 수 있었던 '암흑(고뇌)으로부터 광명(환희)으로의 이행'이라는 심각한 분위기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이 곡을 브람스의 <전원교향곡>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밝고 온화함 뒤에는 항상 애수에 젖은 듯한 쓸쓸함이 느껴지는데, 필자는 이러한 대별되는 곡의 정감을 어떻게 조화롭게 살려내는가에 따라 지휘자들의 연주의 분위기가 결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2)기본동기(tree-note motif D-C sharp-D)의 사용 교향곡 2번은 브람스의 나머지 곡들과는 달리 곡 전체에 통일적 요소로 사용된 기본동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악장의 첫머리에서부터 저음의 현악기가 제시하는 D-Cis-D를 바탕으로 호른과 목관악기의 제1주제에서부터 전 악장의 주요 선율이 나타날 때마다 사용된다. 이것은 이 곡 전체에 통일감을 부여하는 결정적 요소이다. 더욱이 묵직한 저음의 기본동기는 곡 전체의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배가시키고, 여기에 덧붙여 플루우트, 오보에, 클라리넷은 곡 전체의 목가적인 성격을 강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부여받는다. (3) "Progressive", 그리고 조화와 절제의 미 한마디로 브람스의 교향곡은 선율적이지 않다. 다시말해서 멜로디를 중심으로 곡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교향곡 2번에서도 다른 곡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주제선율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거대한 대위법 구조 속에서 발견된다는 점이다. 하나의 선율 위에 다성적 선율이 첨가되고, 더나아가 선율 자체가 변화되고 모방되면 또 다른 악기들이 서로 응답하기라도 하듯 계속적으로 변화해 나아간다. 이러한 음악적 흐름을 가리켜 쇤베르크는 1933년 <브람스의 시대>라는 행사의 인사말을 통해 "음악적 언어의 거대한 프로그레시브 progressive 흐름이다"라고 강조했다.따라서 특정 악기의 강조나 주제선율 중심의 해석은 브람스 교향곡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지휘자들에 따라서는 악보상의 특정부분을 강조하거나 수정하는 경우도 있으나, 전체 악기들의 음색과 상호 밸런스를 잃지 않으면서 곡 전체의 거대한 대위법 구조를 리드믹컬하게 쌓아갈 수 있는 평형 감각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본다. 그렇지만 필자는 그러한 이상적인 연주가 정말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거니와 적합한 객관적 기준을 명확하게 정의 내릴 수 있는 능력도 없다. 그러나 다양한 연주들의 비교감상을 통해 그러한 기준들에 근접한 연주는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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