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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성경에 빠지다

(14) 사울 1

by 세포네 2023. 3. 12.

이스라엘의 첫째 임금은 사울입니다. 히브리어 사울은 우리말로 “요구된 사람”, “바쳐진 사람”이란 뜻입니다. 사울의 헬라어식 이름이 ‘바오로’입니다. 사울의 족보는 사무엘기 상ㆍ하권과 역대기 상권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습니다.(1사무 14,51; 1사무 31,2; 2사무 2,10; 1역대 8,33 참조) 정리하면 사울은 벤야민 지파 출신으로 키스의 아들입니다. 아내는 아히마아츠의 딸 아히노암이고요. 자녀는 8명입니다. 여섯 아들은 요나탄, 이스위, 말키수아, 아비나답, 에스바알, 이스 보셋이고, 두 딸은 메랍과 미칼입니다. 요나탄과 아비나답, 말키수아는 필리스티아인들과 벌인 길보아 산 전투에서 전사합니다. 이스 보셋은 사울이 죽은 후 아브네르에 의해 임금으로 추대되어 2년간 이스라엘을 다스렸습니다. 작은딸 미칼은 다윗의 아내가 되었다가 사울의 미움을 받아 갈림 출신 라이스의 아들 팔티에게 버려집니다. 사울의 족보가 불확실하고 복잡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 답을 풀기 위해선 먼저 구약 성경의 역사서들이 어떻게 분류되는지 알아야 합니다. 

구약 성경 역사서는 ‘신명기계 역사서’와 ‘역대기계 역사서’ 그리고 ‘기타 역사서’로 나누어집니다. 여호수아기, 판관기, 사무엘기, 열왕기가 신명기계 역사서에 속합니다. 가장 먼저 구성된 이 신명기계 역사서는 남왕국 유다가 멸망한 후 쓰였습니다. 역대기, 에즈라기, 느헤미야기가 역대기 역사서로 분류됩니다. 이 책들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빌론 유배에서 돌아온 후 집필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타 역사서에는 룻기, 토빗기, 유딧기, 에스테르기, 마카베오기가 있습니다. 사울의 이야기가 나오는 사무엘기 상ㆍ하권과 역대기 상권의 저자들은 남왕국 유다의 역사가들이었습니다. 그들의 관심사는 유다 지파 출신의 다윗이었습니다. 그들은 유다 왕조의 태조인 다윗을 현양해야 했기에 사울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었고 호의적이지도 않았습니다. 당연히 사울의 족보도 다윗의 족보만큼 중요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울은 하느님으로부터 선택되어 이스라엘의 첫째 임금이 됩니다. 하느님의 명에 따라 사무엘은 사울의 머리에 기름을 붓고 입을 맞춘 다음 “주님께서 당신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그분의 소유인 이스라엘의 영도자로 세우셨소”(1사무 10,10)라고 선포합니다. 

사무엘의 이 말처럼 사실 사울은 이스라엘의 ‘멜렉’(히브리어로 임금)이라기 보다 ‘나기드’(히브리어로 영도자)에 가까운 인물입니다. 나기드 곧 영도자는 구약 성경에서 사울에게 처음으로 주어진 호칭입니다. 일부 성경학자들은 나기드는 절대 군주라는 개념보다 ‘군 통수권자’라고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사울은 다윗이나 솔로몬과는 달리 이스라엘의 12지파 부족 구조를 중앙집권 체제로 바꾸려 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사울은 왕정제를 반대한 사무엘의 우려(1사무 12장 참조)와 달리 백성들에게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징병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지원병만 참전시켰습니다. 또 관료제를 만들거나 후궁을 두지도 않았습니다. 

사울은 하느님의 영을 받은 영도자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자기 권위를 내세웠을 뿐 고대의 절대 군주가 아니었습니다. 하느님의 영을 받은 사울은 암몬족을 물리치고 요르단 건너편에 있는 ‘야베스 길앗’이라는 도시를 구합니다. 그러자 이스라엘의 온 백성은 필리스티아인들의 억압에서 자신들을 구출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사울을 임금으로 추대합니다.(1사무 11장 참조) 사울이 30살에 이스라엘의 임금으로 뽑혀 활동한 시기는 기원전 1030년에서 기원전 1010년께라고 추정합니다. 사울은 판관이 활동하던 구질서가 무너지고 신체제인 왕정이 확고히 수립되기 전까지 과도기의 이스라엘을 통치한 인물입니다. 그는 구질서를 대표하는 마지막 판관 사무엘과 새롭게 떠오르는 다윗 사이에서 이스라엘의 첫째 임금이라는 운명적인 삶을 살아야 했던 비극의 영웅이었습니다. 

사울은 이스라엘의 임금이 된 후 재임 기간 내내 끊임없이 전쟁합니다. 그의 임무는 나기드로서 ‘하느님의 전투를 치르는 것’이었습니다. 사울은 임금이 된 후 네 차례 큰 전투를 치릅니다. 첫 번째는 필리스티아인들과의 전투입니다. 이 전투는 예루살렘 근처에 있는 미크마스와 베텔, 게바에서 펼쳐졌습니다. 전투는 사울과 그의 장남 요나탄이 이끄는 부대가 게바의 필리스티아인의 전초 부대를 공격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산악 지대에서 게릴라전을 펼친 사울은 필리스티아인들을 아얄론까지 내쫓습니다.(1사무 13─14장) 두 번째 전투는 아말렉족과 펼쳤습니다. 성경은 이스라엘과 아말렉족이 적대 관계임을 여러 번 알려줍니다.(탈출 17,8-16; 민수 14,43-45; 신명 25,17-19; 판관 3,13 참조) 사울 임금은 예언자 사무엘의 지시에 따라 브에르 세바에서 멀지 않은 아말렉 성읍 텔 메소스와 하윌라에서 이집트 동쪽 수르까지 쳐서 아말렉 임금 아각을 생포하고, 엄청난 전리품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사울은 이 전투에서 하느님께 대한 그의 충성심이 시험대에 오르고 결국 하느님께서는 그를 버리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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