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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정원]/묵상글

사랑이 밥 먹여주냐?

by 세포네 2019. 6. 23.






          “이는 너희를 위한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사고사가 아닌 한 모든 죽음은 결국 먹지 못해 죽는 거라고 합니다.
          암 때문에 죽는 것 맞지만 암이 있어도 먹을 수 있는 한 죽지 않고,
          암으로 인해 더 이상 먹을 수 없을 때 죽는 거랍니다.
           
          인간은 먹어야 삽니다.
          그런데 음식을 먹는 것과 사랑을 먹는 것 중에서 어떤 것이
          우리 삶에 더 필요하고 중요합니까?
          ‘사랑이 밥 먹여 주냐?’고 말하는 사람이 꽤 있는데 그렇게 말해도 됩니까?
          그것은 정말 무식한 사람의 입에서나 나오는 막말이 아닙니까?
           
          그런데 그렇지 않습니다.
          죽느냐 사느냐 앞에서 정말로 사랑은 사치입니다.
          일단 살아있어야 사랑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주 묘하게도 자살의 경우는 반대입니다.
          사랑이 없으면 배가 아무리 불러도 살 의지가 없어집니다.
          배고프다고 자살하는 사람은 없지만 사랑이 고픈 사람은 자살을 합니다.
          배고프면 생명의지가 오히려 강렬해지는데 반해
          사랑이 고프면 삶의 의미를 잃게 되면서 생명의지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먹는 것이 훨씬 풍요로운 지금과 비교하여 옛날 그렇게 먹을 것이 없어도
          지금보다 자살하는 사람이 없었고 풀뿌리를 캐 먹고서라도 살려고 애썼지요.
          그런데 그때 저의 친척 중에 연애결혼을 하려고 했지만 부모가 허락지 않자
          같이 자살을 한 일이 있었는데 배고파도 사는데 사랑 때문에 죽다니
          저로서는 너무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사랑으로 사는 것이며
          주님 말씀대로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 입에서 나오는 말씀으로 삽니다.
          요한복음 6장에서 당신이 영원한 생명의 빵이시라고 주님이 말씀하신 것과
          주님께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다는 베드로 사도의 고백이 바로 이것이고
          오늘 성체와 성혈의 축일의 뜻이 바로 이것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그런데 하느님이 사랑이시라는 것은 하느님은 사랑이 많다거나
          우리를 사랑을 하신다는 그런 뜻 이상으로 사랑 자체시라는 말씀이지요.
           
          하느님만이 나는 사랑이라고 하실 수 있고
          우리 인간은 내가 곧 사랑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사랑을 조금 가지고 있어 그 사랑을 조금 줄 수도 못 줄 수도 있지만
          하느님은 존재가 사랑이기에 사랑에 결핍이 없고 전부를 주실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 전부를 주신 사랑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고
          오늘 축일로 지내는 성체와 성혈이 바로 당신 전부를 주시는 사랑입니다.
           
          그런데 성체와 성혈은 당신 자신 전부를 사랑으로 주시는 표시기도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의 계속이요 재현이며 그래서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에게 영원히 현재한다는 표시기도 합니다.
           
          우리는 부모가 돌아가셔도 부모가 남긴 것 곧 유품을 가지고 부모의 사랑을
          기억하고 그 기억과 추억만으로도 힘이 들 때 살아갈 힘을 얻는데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유품 정도가 아니라 당신의 살과 피를 성사적으로
          주시어 우리가 성사 안에서 그 사랑을 기억하고 재현하게 하셨지요.
           
          그런데 부모가 유품을 남겨도 사랑만큼 유품이 각 사람에게 사랑이 되지요.
          부모의 정이 없는 자식은 돌아가시는 즉시 유품을 다 태울 것이고,
          부모를 더 사랑하는 자식이 유품도 잘 간직하고 부모의 사랑이 재생되듯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사랑을 살과 피의 성사로 우리에게 남기셨어도
          그 사랑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그 사랑이 성사가 되고 기억이 될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여러 양식이 필요합니다.
          육신의 양식, 마음의 양식, 영혼의 양식.
           
          그리고 육신의 양식을 얻으려고 애써 일하고
          마음의 양식을 얻으려고 독서를 한다든지 애를 쓰며
          영혼의 양식을 얻기 위해 명상을 하느니 정신수양을 합니다.
           
          신앙이 없는 사람도 이런 노력을 하는데 우리 신앙인들에게 양식은,
          그것도 지금은 물론 영원한 생명을 주는 양식은 성체와 성혈이라는 것을
          우리는 오늘 이 축일을 지내며 다시 한 번 명심해야겠습니다.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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