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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정원]/묵상글

내 사랑을 심사에 숙고하자.

by 세포네 2018. 7. 2.






          “스승님, 어디로 가시든지 저는 스승님을 따르겠습니다.”
           
          오늘은 주님을 따름에 대한 말씀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따름에 대해 묵상합니다.
           
          우리는 어디를 가려고 하는데 길을 모를 경우
          그 길을 아는 사람을 찾고 아는 사람이 있으면
          그가 알려주는 대로 가거나 그가 자기를 따르라고 하면 그를 따라갑니다.
           
          그제와 어제는 선교 학교에 강의가 있어서 한남동 피정의 집에 갔는데
          어제 아침 피정의 집 뒤에 있는 매봉산을 올랐습니다.
          여기서 교육이 있을 때마다 올랐기에 가던 길로만 가면 문제가 없는데
          다른 길로 가도 되지 않을까 하고 갔다가 그만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저 혼자라면 이 길도 가보고 저 길도 가보면서 길을 찾겠지만
          뒤에 여러 사람이 있기에 그럴 수 없어서 그 동네 분에게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분이 친절하게 자기를 따라오라고 했고,
          방향이 달라 길이 갈리는 곳에서는 길을 알려주어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참 고맙지요.
          그분이 없었다면 우리 10여 명이 고생을 많이 했을 텐데.
           
          그런데 고생을 하는 정도를 넘어 생사가 갈리는 길에서
          길을 모르고 알려주는 사람도 없으면 얼마나 큰 문제이고,
          반대로 알려주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다행이고 얼마나 고맙겠습니까?
           
          그러나 그분이 고마운 분이긴 하지만 저는 그분과 헤어졌습니다.
          저는 제 가는 곳이 있고, 그분은 그분의 가는 곳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더 생각할 것이 있습니다.
          그분과 저는 가는 곳이 달라서 나중에는 그분을 따라가지 않았지만
          혹 가는 곳이 같아서 끝까지 따라갔어도 실은 그를 따른 것이 아닙니다.
          무슨 뜻입니까?
           
          그분을 따라갔지만 내가 가는 곳을 가기 위해 그분을 따라간 거지
          그분을 따라간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분 목적지와 제 목적지가 같아서 따라간 것뿐이라는 뜻이고
          그분이 제 목적이 아니고 내 갈 곳이 제 목적지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사랑할 경우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사랑하는 경우는 따로 나의 목적지가 없습니다.
          나의 목적지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곳입니다.
           
          이런 뜻에서 오늘 바리사이는 말로만 놓고 보면 참 훌륭하다 하겠습니다.
          그는 주님이 가시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가겠다고 하였지요.
          어디가 목적이 아니고 주님이 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대단한 율법학자에게 주님께서는 왜 이상한 답을 하실까요?
          율법학자가 당신을 따르겠다고 할 때 주님이 그 따름을 허락했다는
          그런 얘기는 없고 따르면 생고생을 할 거라는 얘기만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말씀은 고생이 심하니 따르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고생을 하더라도 따르고자 하면 따르라는 말씀이지요.
           
          그렇습니다.
          좋아서 따라가는 것은 고생이 없지만
          사랑하여 따라가는 것은 고생이 많고
          그 고생을 각오하고 따라가야 합니다.
           
          그리고 고생을 할수록 더 사랑할 수 있을 때 따라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따라나섰다가 생고생만 하고 실패하겠지요.
          그러니 심사에 숙고를 하라는 말씀인데
          우리는 늘 우리의 사랑이 어느 정도고 어떤 사랑인지
          잘 성찰하고 잘 알아야 함을 생각하게 되는 오늘입니다.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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