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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특집

[1988-2018 복음의 기쁨으로] 1. 한국 교회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1) 1988년과 2017년 교회 통계 비교 분석

by 세포네 2018.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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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세 통계 ‘빨간 불’… 질적 성장으로 내실 다져야

 

▲ 구호와 함성은 멎은 지 오래다. 지난 30년 사이 한국 가톨릭의 ‘얼굴’만 바뀐 게 아니다. 현대사의 격동기에 급성장한 가톨릭교회는 신앙 활력의 급격한 저하, 냉담교우 증가, 영적 세속화 등 내부적으로 많은 도전에 직면했다. 외부로부터 밀려오는 도전도 만만치 않다. 1987년 6ㆍ10 민주 항쟁 당시 들머리 시위 장면. 가톨릭평화신문 DB wckim@cpbc.co.kr

1970년대 이후 한국 천주교 신자 수가 한 해에 18%나 급등한 해가 있다. 6ㆍ25 전쟁이 끝나고 성당에서 구호물품을 나눠주던 1950년대라면 모를까, 18% 성장은 매우 이례적인 기록이다. 1973년이다.

눈에 띄는 구간이 한 군데 더 있다. 매년 7% 정도씩 신자가 불어나던 1980년대다. 1982년에 9.6%로 정점을 찍었다. 미세한 오르내림이 있기는 하지만 그 이후로 신자 증가율은 계속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증가율 1.3%는 최근 10년 내 가장 낮은 수치다. 하향 추세가 이대로 지속하면 5년쯤 뒤부터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교세 통계를 다룰 때 전제돼야 할 사항이 있다. 숫자가 모든 걸 말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리는 작지만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복음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창조적 소수’의 교회가 훨씬 더 건강하다고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은 누누이 강조했다. 기업의 마케팅 분석 기법으로 신앙 공동체의 건강도를 측정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 양적 성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내실 있는 질적 성장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비약적인 성장 시기의 교회 안팎 상황을 살펴 그 연유를 찾아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1970년대 초반은 박정희 대통령이 1인 장기집권 체제의 발판을 만들어 가면서 국민을 억압하던 시기다. 시대의 양심들은 숨죽이고 울분을 달래야 했다. 이 시기에 교회는 두려워하지 않고 예언자적 목소리를 냈다. 1971년 원주교구 시위운동은 교회의 사회 참여에 일대 전환점이 됐다. 김수환 추기경은 1972년 전국에 TV로 생중계되는 명동대성당 성탄 자정 미사에서 박 대통령의 독재를 비판하는 강론으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메시지의 핵심은 인간의 존엄성과 민주주의다. 두려워서 침묵하고 있던 국민들은 교회 지도자의 예언자적 목소리에 환호했다.

1980년대에는 광주의 비극과 정의구현사제단, 명동대성당과 6ㆍ10 민주항쟁이 있었다. 국민들은 교회에서 위로와 정의, 희망을 찾았다. 교회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그 요구에 부응하자 사회적 영향력은 자연스럽게 확대됐다.

두 시기의 급성장은 교회가 세상이 목말라하는 것, 시대의 요구와 징표를 정확하게 읽고 신속하게 응답한 데 따른 것이다. 세계 교회는 당시 한국 교회의 높은 성장세와 공신력을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물론 이런 요인으로만 성장 비결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

 

 

▲ 좌측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성직자·수도자·주일학교 학생 수·본당 수 변화. 가운데는 주일 미사 참여율 변화다.

더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고민해야 할 문제는 2000년대 들어 뚜렷하게 나타나는 하향 추세다. 급격한 양적 성장의 후유증은 특히 각종 성사 지표를 통해 드러났다. 1995년 35%, 2007년 27%를 보이던 주일 미사 참여율은 지난해 19.4%까지 떨어졌다. 주일에 신자 5명 가운데 1명만 미사에 참여하는 현실이다. 견진성사ㆍ첫 영성체ㆍ판공성사ㆍ수도회 입회자 등의 항목도 반등할 기미가 없다.

한국 교회의 강점은 사제와 수도 성소의 풍요로움이다. 2017년 말 현재 성직자는 5360명, 수도자는 1만 1736명(남성 1593명, 여성 1만 143명)에 달한다. 하지만 사제와 수도자를 꿈꾸는 대신학생과 수련자 증감 현황을 보면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교구 신학생 수는 2016년 -3.3%, 2017년 -7.2%를 기록했다.

수도 성소 위기는 이미 현실이 됐다. 남자 수도회는 교황청 설립과 교구 설립을 합해 46개인데, 수련자는 91명밖에 안 된다. 2016년에도 91명이었다. 입회자와 퇴회자를 합산하면 한 명도 늘지 않았다. 여성 수련자는 같은 기간 3명 느는 데 그쳤다.

주민등록 인구와 천주교 신자의 연령대 분포 비율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한국 교회는 이미 ‘초고령 교회’다. 낮은 연령대(0~19세)에서는 주민등록상 인구에 비해 신자 비율이 낮다. 구체적으로 10~14세의 경우 주민등록상 인구 비율은 4.5%인데, 신자 비율은 2.7%밖에 안 된다. 60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60~64세의 경우 주민등록상 인구 비율은 6.4%다. 하지만 신자 비율은 8.3%다. 초고령 교회에 대한 사목적 대응을 강화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한편, 1980년대 도시 지식인층의 대거 입교 이후 고착된 교회의 중산층화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의 전진 속도를 더디게 하고 있다. 도농(都農) 본당 간의 격차는 사회의 전반적 도농 격차보다 정도가 심하다.

교세 통계는 여러 가지를 얘기해준다. 신자 수 증가가 교세를 뒷받침하고, 교세가 강해지면 복음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양적 팽창 논리는 모래탑이 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통계 수치들이 경고음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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