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바조(Caravaggio, 1571~1610, 이탈리아 바로코미술 화가)는 17세기 유럽회화의 혁신적인 미술가로, 밝고 어둠의 대비가 강렬한 명암법 사용과 이전에 이상적으로 표현하던 종교적인 주제를 벗어나 사실적인 자연주의를 작품의 특징으로 한다. 이 작품에서도 화가는 극명한 명암으로 부활한 예수님과 의심이 많은 제자 토마스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성경은 토마스가 예수님의 옆구리 상처에 정말 손을 넣었는지를 기록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많은 화가는 ‘토마스의 의심’ 도상(圖像)을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표현하곤 한다. 첫째, 예수님이 다른 한 손으로 직접 옷깃을 걷어 내는 장면. 둘째, 예수님이 자신의 옆구리 상처를 손으로 가리켜 보이는 장면. 셋째, 예수님이 토마스의 손을 자신의 옆구리 상처 속으로 집어넣도록 잡아당기는 듯한 장면이다. 이 그림은 세 번째 장면으로, 등장인물 외에 모든 배경을 생략하고 어둡게 표현한 채, 예수님이 토마스의 손을 잡고 자기 죽음의 흔적이 남아 있는 옆구리를 보여주고 있다. 토마스의 뒤에 두 명의 인물(제자들) 역시 예수님의 옆구리 상처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전체 화면 구성은 오른쪽 세 명의 머리가 한곳으로 모여 왼쪽의 예수님 머리와 함께 십자가 형태를 이룬다. 또한 시선의 움직임은 빛을 따라 자연스럽게 왼쪽 예수님의 옆구리 상처부터 예수님의 어깨, 예수님 바로 오른쪽에 얼굴만 보이는 인물, 붉은색 옷을 입은 인물, 마지막으로 토마스의 손가락으로 이어져 예수님에게 머문다. 결국, 예수님으로부터 출발해서 예수님께 도착하게 된다. 어두운 배경만큼이나 불신과 의혹이 많았던 토마스는 예수님으로부터 이어진 빛을 따라 서서히 불완전한 믿음을 거쳐 완전한 믿음으로 넘어가는 모습이다. “나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어둠 속에 머무르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요한 12, 46)
고개 숙인 예수님은 자애로운 표정으로 오른손으로 옷자락을 옆으로 당기면서까지 자신의 상처를 보여주고 있다. 토마스의 손을 잡은 예수님의 왼쪽 손등에는 십자가의 흔적인 못자국이 선명하다. 하지만 죽음의 승리자답게 예수님의 몸은 왼쪽에서 비추는 빛으로 부드러우면서 단단한 모습으로 밝게 빛나고 있다. 예수님과 달리 토마스의 모습은 세파에 시달린 듯 이마에는 깊은 주름이 지어져 있고, 허름하고 실밥이 떨어진 어깨 언저리에서 보듯이 남루한 옷을 입은 보통사람으로 묘사되고 있다. 토마스는 예수님의 상처에 오른손 검지를 깊숙이 집어넣고 있으며, 그의 왼손은 넘어지지 않으려는 듯 허리를 받치고 있다. 그의 동작은 몸의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것 이외에도, 이미 흔들린 자신의 심리적인 균형을 잡고 떨리는 마음을 진정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허리춤에 손을 대 안정시키려 하는 모습이다. 토마스의 뒤에 두 제자 역시 예수님의 옆구리 상처를 향한 그들의 눈빛이나 고개 숙여 집중하는 모습은 토마스만큼이나 떨리면서 진지한 표정이다. 예수님은 직접 제자들에게 다가오셔서 옆구리와 손의 상처로 제자들의 닫힌 문을 열어 그들이 절망과 불신의 믿음에서 완전한 믿음을 드러내게 하신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요한 2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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