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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영성]/한국순교자

124위 순교지를 가다 <1> 서소문순교성지

by 세포네 2014.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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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위 순교 영성 깃든 성지 찾아 순교 신심 키우고 깊이 새겨

 오는 8월 시복될 124위 순교지는 총 29곳에 이른다. 이를 관구별로 보면, 서울관구가 서울대교구 5곳(38위), 춘천교구 1곳(1위), 대전교구 7곳(13위), 수원교구 4곳(11위), 원주교구 1곳(3위) 등 5개 교구 18곳(66위)으로 가장 많다. 대구관구는 대구대교구 1곳(19위), 부산교구 2곳(5위), 마산교구 3곳(4위), 청주교구 1곳(5위), 안동교구 1곳(1위)으로 전체 8곳(34위)이다. 광주관구는 전주교구 3곳(24위)뿐이다.

 이를 관구별로 나눠 124위 순교자들의 순교지를 조명하게 된 것은 오는 8월 시복을 앞두고 더 많은 신자들이 124위가 순교한 성지 순례에 함께함으로써 순교신심을 내면화하고 이를 신앙 실천에 이르도록 하기 위해서다. 다음은 관구별 순교지 소개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  김유리 기자 lucia@,   백슬기 기자 jdarc@pbc.co.kr

 


서울관구

 ◇서울대교구

 △서소문 밖=124위 중 최창현(요한)ㆍ정약종(아우구스티노)ㆍ정철상(가롤로)ㆍ강완숙(골룸바)ㆍ이경도(가롤로)ㆍ홍익만(안토니오) 등 25위(20.16%)가 서소문 밖에서 순교했다. 관변기록에 순교지가 서울로만 표기돼 있지만, 경기도 양근의 조숙(베드로)ㆍ권천례(데레사) 동정부부 또한 서소문 밖에서 순교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교회사학자들의 추정이다. 서소문 순교성지에선 이미 성인이 44위 탄생했다. 서울 중구 칠패로 5(중구 의주로2가 16). 문의 : 02-312-5220(중림동약현성당 서소문순교성지 전시관)

▲ 하느님의 종 순교자 124위 중 25위(서소문 밖에서 순교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조숙ㆍ권천례 동정부부까지 포함하면 27위)가 순교한 서소문 순교성지 현양탑. 평화신문 자료사진

 

▲ 지난해 9월 순교자 성월을 맞아 서울대교구에서 이뤄진 주교단 성지순례에서 염수정 추기경이 종로3가역 근처에 자리하고 있던 좌포도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지난해 9월 서울대교구 종로성당에 문을 연 포도청 순교자현양관.

 

 △새남터=124위 중 유일한 외국인 순교자인 주문모(야고보) 신부는 새남터에서 군문효수를 당했다. 서울시 용산구 이촌로 80-8(이촌2동 199-1). 문의 : 02-716-1791(새남터성지)

 △포도청=윤유일(바오로)ㆍ최인길(마티아)ㆍ지황(사바)ㆍ심아기(바르바라)ㆍ김이우(바르나바) 등 5위에 이른다. 순교성인도 22위나 돼 관할 본당인 종로본당에선 포도청순교자현양관을 통해 성인과 하느님의 종의 순교신심을 전해주고 있다. 서울시 종로구 동순라길 8(인의동 167). 문의 : 02-765-6101(종로성당)

 △당고개='모진 육정을 극복한 위대한 어머니' 이성례(마리아)가 순교한 성지다. 당고개성지에선 이미 9위의 성인이 탄생했다.서울 용산구 청파로 139-26(용산구 신계동 56). 문의 : 02-711-0933(당고개 순교성지)

 △경기감영=경기도 관찰사가 관장했던 경기 감영(監營)에선 '옥중 세례자'로 널리 알려진 조용삼(베드로)이 옥사했다. 현재의 적십자병원이다.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 9(평동164). 문의 : 02-2269-0414(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회 현양분과)
 이 밖에도 충청도 충주에서 끌려온 송 베네딕토와 송 베드로, 인천에서 끌려온 이 안나가 각각 한양에서 순교했다고 기록돼 있지만, 정확한 순교 위치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춘천교구

 △포천=경기도 포천에선 홍교만(프란치스코 하비에르)의 아들 홍인(레오)가 순교했다. 원래 한양에서 살아가 포천으로 이주, 포천 복음화에 기여했으나 1801년 신유박해 당시 체포돼 포천 형방과 경기감영, 포도청을 거쳐 다시 포천으로 돌아와 현재의 포천경찰서 인근 한내천변에서 참수됐다. 경기도 포천시 왕방로 191(신읍동 138-32). 문의 : 031-534-0057(포천성당)

 ◇대전교구

 △홍주=원시장(베드로)ㆍ방 프란치스코ㆍ박취득(라우렌시오)ㆍ황일광(시몬)이 순교했다. 홍주 최초의 순교자 원시장이 천주교에 입교해 3년간 예비자로서 복음을 선포함으로써 '예비신자들의 모범 성지'로 떠올랐으며, 그는 1791년 신해박해 때 옥에서 세례를 받고 매를 맞다가 관장의 명령에 따라 동사했다. 충남 홍성군 홍성읍 아문길 37-1(오관리 110-6). 문의 : 041-633-2402(홍주순교성지)

 △해미=인언민(마르티노)ㆍ이보현(프란치스코)ㆍ김진후(비오)가 순교했다. 김진후는 김대건 신부의 증조부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생매장당한 순교자들의 터를 보존하고 있는 곳으로, 성지 안에 순교자들의 유해를 모시고 있다. 충남 서산시 해미면 성지1로 13(읍내리 274-10). 문의 : 041-688-3183(해미순교성지)

 

▲ 지난 2010년 해미 순교자 현양 문화행사 중 도보 순례에 참가한 평신도 850여 명이 순교자와 포교, 포졸 복장으로 133위의 명정을 들고 고개를 넘고 있다.

 △공주=이국승(베드로)ㆍ김원중(스테파노)이 순교했다. 충남 공주시 왕릉로 118(금성동 6-1번지). 문의 : 041-854-6321(황새바위성지)

 △정산=「정산일기(定山日記)」의 주인공 이도기(바오로) 순교지로, 순교 터는 현재의 정산면사무소다. 충남 청양군 정산면 칠갑산로 1857(서정리 496-1). 문의 : 041-943-8123(청양 다락골성지)

 △예산=예산 여사울 면장 출신의 김광옥(안드레아)은 예산 장터 우시장에서 순교했다. 현재의 충남 예산군 예산읍 형제고개로954번길(대회리). 문의 : 041-741-4443(예산성당)
 △대흥=김광옥과 함께 청주, 한양을 거쳐 대흥으로 보내진 김정득(베드로)는 대흥 읍내에서 순교하였다. 충남 예산군 대흥면 의좋은형제길 37(동서리 106-1) 대흥면사무소. 문의 : 041-331-1924(응봉성당)

 △덕산=내포 회장이던 정산필(베드로)은 덕산 관아에서 순교했다. 관아 터에는 현재 덕산초등학교가 자리하고 있다. 충남 예산군 덕산면 예덕로 33-13(읍내리 348-1) 덕산초등학교. 문의: 041-337-4355(덕산성당)

 ◇수원교구

 △양근=윤유오(야고보)ㆍ윤점혜(아가타)ㆍ권상문(세바스티아노) 등 3위가 순교했다.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물안개공원길 37(오빈리 173-2). 문의 : 031-775-3357(양근성지)

 △여주=최창주(마르첼리노)ㆍ이중배(마르티노)ㆍ원경도(요한)ㆍ정순매(바르바라)ㆍ정광수(바르나바) 등 5위가 순교했다. 이들이 피를 흘린 곳으로 전해지는 순교지 여주 관아 남문 밖이다. 여주본당은 2009년 6월 이들이 순교한 곳으로 추정되는 현장에 가로 150㎝에 세로 70㎝, 높이 220㎝ 크기 '여주 순교자 현양비'를 세웠다. 현재의 여주읍 홍문리 48-7 비각거리다. 경기도 여주시 우암로 5(여주읍 하리 215). 문의 : 031-885-2031(여주성당)

 △죽산=박경진(프란치스코)과 오 마르가리타 등 2위가 순교했다. 순교지를 관할하는 죽산성지에선 최근 시복이 결정된 2위가 순교한 죽산도호부 터 시유지 82.64㎡(25평)에 대한 사용허가를 받아 현양비를 세우기로 했다.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 종배길 115(죽림리 703-6). 문의 : 031-676-6701(죽산순교성지)

 △남한산성=충청도 홍주(현 홍성) 출신 한덕운(토마스)가 순교했다. 경기도 광주시 중부면 남한산성로 763-58(산성리446). 문의 : 031-749-8522~3(남한산성성지)

 ◇원주교구

 △강원감영=김강이(시몬)ㆍ최 비르지타 등 2위는 감영 내 옥사에서 순교했고, 최해성(요한)는 감영 인근에서 참수됐다. 강원감영 터는 강원도 원주시 원일로 85(일산동 54-1). 문의 : 042-765-4224(교구 사목국)ㆍ4225(교구 홍보부)


 대구관구

 

 ◇대구대교구

 △관덕정=김희성(프란치스코)ㆍ구성열(바르바라)ㆍ김사건(안드레아) 등 10위가 참수됐다. 103위 성인 중 이윤일(요한) 성인의 순교지이기도 하다. 대구광역시 중구 관덕정길 11(남산 2동 938-19번지). 문의: 053-254-0151(관덕정순교성지)

▲ 124위 중 김희성(프란치스코)ㆍ구성열(바르바라)ㆍ김사건(안드레아) 등 10위가 참수된 대구대교구 관덕정 순교성지.

 

 ◇부산교구

 △수영 장대골 순교성지=동래부 동헌은 대부ㆍ대자 관계인 이정식(요한)ㆍ양재헌(마르티노)이 사형선고를 받은 곳으로, 이들은 수영 장대로 끌려가 십자성호를 긋고 칼을 받았다.부산광역시 수영구 광안4동 566(수영 장대골 순교성지). 문의: 051-756-3351(광안성당)

▲ 124위 중 이정식 요한과 양재현 마르티노가 순교한 부산교구 수영 장대골 순교성지. 사진제공=부산교구 홍보국

 

 △울산=허인백(야고보)ㆍ김종륜(루카)ㆍ이양등(베드로)은 울산 장대벌에서 군문효수형을 받아 순교했다. 이 자리에는 3월 15일에 울산병영 순교성지성당이 축성됐고, 매주 월~토요일 오전 11시에 미사를 봉헌한다. 울산광역시 중구 외솔큰길 241(남외동 567). 문의: 052-294-3993(병영성당)

 

 ◇청주교구

 △청주=청주시 중앙공원 일대에 있는 청주병영은 원시보(야고보)ㆍ배관겸(프란치스코)이 장사한 순교지다. 공원 남쪽에는 청주교구민들이 뜻을 모아 세운 순교자 현양비가 있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상당로55번길 33(남문로 2가 92-1) 중앙공원 일대. 문의: 043-252-6984(서운동성당)

 

 ◇마산교구

 △진주옥터=정찬문(안토니오)ㆍ윤봉문(요셉)이 순교한 진주 옥터에는 현재 시장이 들어서 있다. 경남 진주시 진양호로547번길 8-1(대안동 8-600). 문의: 055-741-2442(옥봉성당)

 △함안=구한선(타대오)는 석방돼 집으로 돌아왔으나, 고문으로 맞은 장이 화근이 돼 순교했다. 여러 증언을 토대로 찾은 순교자의 유해는 1976년 현재의 가등산 묘역으로 이장했다. 경남 함안군 대산면 고원길(평림리 733-1). 문의: 055-582-8041(대산성당)

 △통영='제주의 사도' 김기량(펠릭스 베드로)는 통제영 옥터에서 교수형을 당한 뒤 가슴에 대못이 박혀 순교했다. 현재는 세병관만 남고 모두 헐렸으며, 옥터는 세병관 아래에 있다. 경상남도 통영시 세병로 27(문화동 62). 문의: 055-645-3336(태평동성당)

 

 ◇안동교구

 △상주=아전을 다녀 교우의 어려운 일을 도운 박상근(마티아)는 상주관아의 옥중에서 목이 졸려 순교했다. 남문시장 근처에 터가 남아있다. 경상북도 상주시 성동로 17(성동동 632-1 상주남문청과). 문의 : 054-531-1784(남성동성당)

광주관구

 

 ◇전주교구

 △전주 풍남문=윤지충(바오로)ㆍ권상연(야고보)ㆍ유항검(아우구스티노) 등 3위가 순교했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동성당길 54(완산구 전동 1-1). 문의 : 063-284-3222(전동성당)

 △전주 감옥터=124위 중 유중철(요한)ㆍ유문석(요한)ㆍ이경언(바오로) 등 10위가 순교했다. 감옥터는 현재 남부종합병원(전 전북도청) 왼쪽 주차장 자리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 현무1길 20(경원동3가 14-2). 문의 : 063-284-3222(전동성당)

 △전주 숲정이성지=이순이(루갈다)ㆍ유중성(마태오)ㆍ신태보(베드로) 등 7위가 순교했다. 이순이와 유중철(요한) 동정 부부의 얘기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전북 덕진구 진북 2동 1034-13. 문의 : 063-255-2677(숲정이 안내실)

 △전주감영 등지=김천애(안드레아)는 신유박해 때 체포돼 전주 감영으로 압송, 참수형을 받고 순교했다. 윤지헌(프란치스코)도 신유박해 때 체포, 한양으로 압송돼 의금부에서 마지막 문초를 받은 뒤 전주로 이송돼 1801년 10월 24일 능지처사형을 받고 순교했다.

 △김제=김제 동헌에서는 호남의 사도 유항검의 자녀들을 가르쳤던 한정흠(스타니슬라오)이 참수형을 받았다. 형장터는 현재 김제초등학교 주변으로 추정된다. 전라북도 김제시 동헌4길 46-1(교동 7-3). 문의: 063-544-0151(요촌성당)

 △고창=전라 교회 지도층이던 최여겸(마티아)은 개갑장터에서 참수를 당했다. 2004년 고창향토문화유산 제1호로 지정된 개갑장터는 지난해 최여겸 순교성지로 축복됐다. 전라북도 고창군 공음면 석교리 198. 문의: 063-563-1782(고창성당) 

 

▲ 지난해 10월 축복식을 가진 전주교구 고창 개갑성지. 124위 중 최여겸(마티아, 1763~1801)이 개갑성지에선 순교했다. 평화신문 자료사진

 

<1> 서소문순교성지

 

신앙의 꽃 붉게 물든 그곳으로 가다


 숨어 있던 꽃’이 드러나고 있다. 오는 8월 시복을 앞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의 삶과 순교 행적이 시복 절차를 통해 낱낱이 밝혀지면서다. 마치 윤의병(바오로, 1889~1950?) 신부의 「은화」(隱花)를 통해 박해시대 이름 모를 순교자들의 행적이 드러났듯이, 124위의 삶과 믿음살이, 순교 비화도 시복 재판을 통해 우리 교회 공동체와 정면으로 마주하게 됐다. 물론 그 행적의 꽃은 ‘순교’다. 순교 현장을 교회 공동체가 순례하게 되는, 순례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평화신문은 창간 26주년을 맞아 시복을 앞둔 124위의 순교 현장을 하나하나 돌아본다.

 

▲ 늦봄에 화사한 꽃이 피듯 서소문 순교성지도 이제 성역화의 전기를 맞고 있다. 순교자박물관과 경당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예나 지금이나 서울 중구 칠패로 5(중구 의주로2가 16-4) 서소문 순교성지는 변함이 없다. 1984년에 세워졌던 서소문 순교 현양탑이 서울대교구 중림동약현성당 경내 기도동산으로 옮겨지고, 1998~99년에 인천교구 조광호 신부가 제작한 순교 현양탑은 공원 내에서 자리를 옮겨 다시 세워진 것을 제외하곤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 이유는 서소문 순교성지가 교회 부지가 아니라 기획재정부와 서울시, 중구 등 국가 부지인 공원이기 때문이다. 수인들 목에 씌우던 칼을 세 개 세우고 부조를 새겨 넣은 순교 현양탑이 세워진 부지 175.21㎡(53평)도 국유지다. 이러니 개발의 여지가 있으려야 있을 수가 없다. 다만 당국의 인ㆍ허가를 받아 공원 내에 순교 현양탑을 세우고 그 앞에 돌 제대를 설치해 미사를 봉헌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했을 뿐이다.

 

#거룩한 순교의 땅

그렇지만 이제 서소문 순교성지는 순교 성인 44위와 시복이 결정된 25위를 배출한 거룩한 순교의 땅답게 성지로서 진면목을 드러내기 위한 준비에 들어가 있다. 6월 23일이면 서울시와 중구 주관으로 서소문 역사공원과 주변의 역사와 문화, 종교적 의미를 드러내는 설계공모 접수가 마무리되고 성지 개발이 그 윤곽을 드러낸다. 현재 국내 285개 설계사와 저명 건축가들이 공모에 참가한 상황이어서 자못 기대가 크다. 일단 2017년 8월까지 3년 4개월간에 걸쳐 5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1만 7344㎡ 부지에 지상공원과 지하 주차장 일부를 활용한 순교자 박물관(3000㎡)과 광장(2000㎡), 경당(120㎡), 공용공간(1500㎡) 등이 들어선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중죄인들, 특히 천주교 신자의 처형장이자 시장으로 기능했던 서소문 역사공원이 명실상부한 순교 성지로 거듭나는 셈이다.

124위 중 서소문 밖에서 처형된 순교자는 최창현(요한)ㆍ정약종(아우구스티노)ㆍ정철상(가롤로)ㆍ강완숙(골룸바)ㆍ이경도(가롤로)ㆍ홍익만(안토니오) 등 25위(20.16%)에 이른다. 대부분이 초창기 교회 지도자였다. 관변 기록에 순교지가 서울로만 표기돼 있지만, 경기도 양근의 조숙(베드로)ㆍ권천례(데레사) 동정 부부 또한 서소문 밖에서 순교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교회사학자들의 추정이어서 이들까지 포함하면 27위다. 서소문 순교성지에선 이미 성인이 44위 탄생한 바 있기에 세계적 순교성지로서 아무런 손색이 없다.

 

#순례객 끊이지 않아

5월로 접어든 서소문 순교성지는 무척이나 아늑해 보인다. 황금 연휴에 공원을 찾아든 가족 순례자들이 모여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가족끼리 기도와 묵상을 한 뒤 쉼터에서 초여름날을 만끽한다. 금빛으로 부서지는 햇살에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눈부시다. 지난해에 7만 2000여 명에 이르는 순례자들이 찾은 서소문 순교성지는 요즘도 여러 교구 본당의 예비신자 교리반은 물론 본당 단체별로, 또는 가족끼리 즐겨찾는 ‘도심 속 순례지’로 떠오르고 있다. 인근 직장인들도 점심 때면 삼삼오오 모여들어 산보를 즐기고 있어 노숙자들로 넘쳐나던 옛 모습은 이제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관할 본당인 중림동약현본당(주임 이준성 신부)에서 공원측과 협력해 성지 관리인을 파견해 주변 정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순교성지 전시관도 꼭 둘러봐야

서소문 순교성지를 이해하는 데 중림동 약현성당에 있는 서소문 순교성지 전시관을 빼놓을 수 없다.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사를 드러내 특화시킨 전시관이어서다. 교회사적 의미와 함께 순교선열들의 빛나는 순교 얼과 발자취도 흠씬 느껴볼 수 있다. 2009년 지상 2층에 건축연면적 562㎡ 크기로 지어진 전시관은 서소문 순교성지의 박해사를 △신유박해(1801) 자료 △기해박해(1839) 자료 △병인박해(1866) 자료 △성모 소제대 △약현성당 발자취 △본당 유물 △본당 화재 유물 △성인 유해 △고 김선영(1898~1974) 신부 유물 등 9개 부분으로 나눠 조명한다.  4대 박해 가운데 병오박해(1846)를 제외한 3대 박해 순교역사가 모두 망라되는 셈이다.

이준성 신부는 “오는 8월 시복식을 앞두고 본당 공동체에선 124위 시복을 지향으로 고리기도운동과 성지순례 등을 실시하며 시복을 준비하고 있다”며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면 서소문 순교성지 현양탑 앞에서 성지미사가 봉헌되는 만큼 많은 관심을 갖고 함께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의 : 02-312-5220, 중림동약현성당 서소문 순교성지 전시관.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 현재의 서소문 순교현양탑(초가집)에서 바라본 약현성당 전경이다. 평화신문 자료사진


   서소문 역사공원 변천 발자취


서울시 중구 의주로2가 16-4 일대 서소문 역사공원과 인근 부지가 조선의 공식 처형지로 등장한 것은 1416년(태종 16년)이다. 개국 초 동대문 밖에서 사형을 집행하던 조정은 ‘사(社, 지신사당)에서 죽인다’는 「서경」 기록을 근거로 서소문 밖을 사형장으로 삼았고, 주로 능지처사나 효수, 사사 등 중죄인들 형장으로 이용됐다. 조선 후기에 들어서면서는 천주교 신자들의 처형지로서 역사에 등장했다.

 

서소문 밖 순교성지가 도시계획 시설인 공원으로 고시된 것은 1973년 11월로, 건설부(현 국토교통부)가 고시 제46호를 통해 수산청과시장 일대를 공원으로 지정하면서부터다. 그 수산청과시장이 노량진으로 옮겨가면서 시장 터에 서소문 근린공원이 조성돼 1976년 10월 개장했다. 이 공원에 서소문 순교 현양탑이 세워진 건 1984년 12월로, 순교성인이 44위나 탄생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공원에 대규모 재조성사업이 이뤄진 건 1992~1996년인데, 이때 지하 4층 규모 공영주차장과 꽃상가, 부속 기계실 등이 만들어졌다. 또 1996~1999년엔 중구 자원재활용처리장이 추가로 만들어졌고, 최근까지도 몇차례 시설 보강 및 보수공사가 진행됐다. 이어 공원이 지난 1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역사공원으로 지정됨으로써 순교성지로서 위상을 되찾을 수 있게 됐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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