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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상실]/실내악 100선

실내악 100선 [97] 야나체크 / 현악 4중주 2번 "비밀편지"

by 세포네 2012. 11. 13.

 

String Quartet No.2 'Intimate Letters'
야나체크 / 현악 4중주 2번 "비밀편지"
Leos Jancek, 1854 ~ 1928 


 
 
야나체크는 25세의 나이때 11년 년하의 제자 제덴카 슐추오바 (Zdenka Schulzova)와 사랑에 빠져 2년후 그녀가 16세 때에 결혼을 하였다. 그러나 귀족 출신의 여자와 서민 출신의 남자 사이에 결혼은 평탄치 못하였으며, 야나체크는 1903 년에 온천 휴양지에서 처음 보았던 37 세 년하의 카밀리아에게 사랑에 빠진다. 이 사랑은 야나체크에게 많은 작품을 쓰게 만드는데 이 곡도 그 중의 하나이다. "비밀편지" (Intimate Letters)라는 부제가 붙었듯이,야나체크가 그녀에게 쓴 700여 통의 연애편지 들에게서 영감을 얻어 이 곡을 썼다고 한다. 이곡은 1928 년 2월에 완성되었는데 이후 반년후에 폐렴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I. Andante con moto: Allegro
1악장은 제 1번 현악 4중주에서와 같이 맨 처음 안단테로 등장하는 악상이 전곡을 통일하는 주제의 원형이 되고 있다. 곧이은 특이한 음색의 비올라가 제 2의 동기를 제시한다. 곡의 진행이 알레그로로 빨라지면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셋잇단음표를 포함하는 빠른 주제를 제시하면서 발전해나간다. 후반부의 첼로의 독립된 리듬감있는 움직임이 단조로운 곡의 흐름을 깨고 있어서 재미있다.

II. Adagio: Vivace
2악장은 야나첵이 카밀라에 보낸 편지에 의하면 '당신과 함께 있었던 그 곳에서의 우리가 서로를 원했던 그 천국같았던 순간'을 표현했노라고 하는데 야나첵 내외와 스테슬로바 내외가 1917년 온천지 루하초비체에서 보낸 여름 휴가에서 있었던 두 사람간의 관계를 묘사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느낌은 아다지오로 느릿하면서도 낙천적인 선율을 노래하는 바이올린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후반부에서 다시 프레스토로 빨라지는 바이올린의 조급한 선율은 그런 그들의 비밀연애에 파고드는 불안감을 묘사했다고 해야할까?

III. Moderato. Adagio. Allegro
3악장은 야나첵이 느끼는 카밀라의 이미지 자체를 창조해보려는 시도로 이해된다. 그에 걸맞게 중간부에 비올라와 첼로의 규칙적인 리듬위로 흐르는 바이올린의 선율은 전곡을 통해 가장 뚜렷한 선율미를 보여준다. 이 부분은 야나첵 스스로도 그가 작곡한 가장 아름다운 선율로 여겼다한다.

IV. Allegro. Andante. Adagio
4악장은 야나첵이 연인에 대한 '불안'을 표현함과 동시에 연인에 대한 '그리움' 그러나 '결국에 채워지는 것으로 끝맺어지는 그리움'을 표현한다. 첼로의 자신있는 리듬감있는 반주로 시작한 바이올린의 노래는 곧 이어지는 혼란스런 부분으로 방해받는데 이는 곧 야나첵의 그런 '불안'을 표현했다면 이어지는 춤추며 행진하는 듯한 명랑한 악상이 악기들을 바꿔가면서 불려지는데 이는 바로 '채워진 그리움'을 표현하는 사랑의 찬가에 해당한다. 이 사랑의 찬가는 전체 곡의 긴장을 풀어주는 카타르시스적인 작용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매력 포인트라하겠다. 4악장을 마무리 짓는 코다에서도 이 찬가는 되풀이 되면서 악기들의 음색을 마음껏 뽑내게 한후 화려하게 끝맺는다.

최후의 실내악곡 현악 4중주 "비밀편지"
야나첵이 카밀라·슈테호버(1892 - 1935년)와 만난 것은 63세 때였다. 당시 25세의 이 젊은 규수 작곡가는 유복했지만 결혼생활은 이렇다 할 만한 것 없이 보내고 있어서 열정적이고 격하기 쉬운 야나첵의 마음을 강하게 사로잡았다. 그러하여 만년의 10년 가량 야나첵은 그녀에게 아주 마음을 주어, 6백 통 이상의 편지를 보내고 있다. 그 편지에는 여러 가지 계획, 여행, 성공과 실패,작품에 관한 일, 괴로움따위를 고백하고 있어서,차이코프스키가 메크 부인에게 보낸 편지와 마찬가지로, 야나첵을 연구하는데 있어서 귀중한 실마리가 되는 글도 적지 않다. 급사하기 반 년 전, 최후의 오페라 '죽음의 집의 기록'의 완성에 이어 곧 씌어진 이 현악4중주곡 제 2번도, 그러한 편지의 하나를 음으로 엮은 것이라 보아도 상관 없으리라. 어떻든 이것은 작곡가가 마음의 가장 깊은 곳을 열어 보인 것으로, 정이 많은 고백이 예에 따라서 모라비아 민요에 유래하는 독자적인 어법과,자유로운 형식, 구성에 의해서 이야기되어진다. 야나첵은 최후의 이 곡을 《러브·레터》라고 이름 붙였는데,속인들에게 자신의 기분을 고백해 뭐라 떠들대는 것을 싫어해'비밀 편지'로 표제를 고쳤다. 슈테슬로버가 그의 작품에 등장한 것은 이것이 최초가 아니고, '죽음의 집의 기록'에 나오는 아클리나라는 여성이나,역시 오페라에서 '카차 카바노바' (1919 - 21년)도 다름 아닌 이 여성의 일을 묘사한 것이라 말해지고 있다. 이 작품은 1928년 1월 29일에서 2월 19일 사이에 만들어졌으며 초연은 작곡자가 죽은 1 개월이 지난 19281년 9월 11일, 브루노에서 모라비아 현악4중주단에 의해 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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