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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과 교리]/가톨릭 소식들

제14대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착좌 미사 이모저모

by 세포네 2021.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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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장 착좌] “사회가 요구하는 교회상, 함께 모색하고 찾아가겠다”

 

▲ 서울대교구장 착좌식에서 전임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정순택 대주교(왼쪽)에게 목장을 건네고 있다.

 

▲ 정순택 대주교가 서울대교구장 착좌 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 서울대교구장 착좌식에서 교구 사제단이 신임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에게 순명을 서약했다.

 

정순택 대주교가 제14대 서울대교구장에 착좌한 8일, 주교좌 명동대성당에는 착좌 미사에 참여하려는 신자들로 붐볐다. 명동대성당을 비롯해 꼬스트홀과 영성센터(구 계성여고) 강당과 파밀리아 채플에 미리 도착한 신자들은 기도하며 착좌 미사를 기다렸다. 착좌 미사의 주인공은 정순택 대주교였지만, 미사 전례 내내 겸손한 목자로서의 면모가 돋보였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서울대교구민은 새 교구장 탄생에 기쁨과 기대를 감추지 못했다.

특별취재단

 

목장 건네받고, 주교좌에 착좌

 

착좌 미사는 입당성가 ‘떼 데움(Te Deum, 감사의 찬미가)’이 경건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긴 행렬로 문을 열었다. 시노드 정신에 따라 청소년과 환자,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 30명이 행렬의 첫 자리에 섰다. 이어 교구 사제평의회 위원 사제들과 한국 천주교 주교단의 행렬이 뒤따랐다.

 

오랜만의 긴 입당행렬로 명동대성당 마당에는 신자들과 취재진들이 몰렸다. 긴 입당 행렬을 기다리는 동안 정 대주교는 오른손을 가슴에 얹고 눈을 감은 채 고요히 기도하는 모습이었다.

 

“예전에 김수환 추기경께서 정진석 추기경이 교구장이 되실 때에 드디어 새 교구장님을 성령께서 뽑아주셨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지금도 바로 서울대교구장으로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님을 성령께서 선택하셨고, 세워주셨습니다. 하느님의 선택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 시대에 가장 필요한 지도자로, 새 교구장님을 세우신 것입니다.”(염수정 추기경)

 

착좌식이 시작되자, 전임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독서대에 올라 긴장된 목소리로 먼저 축하 인사를 전했다. 염 추기경은 “정 대주교님은 우리 교구의 시노드를 통해 성령께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 친교를 나누고, 경청하며 화해하는 모습으로 참된 목자의 역할을 다하며 흔들림 없는 믿음으로 세상에 복음을 증언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무처장 정영진 신부가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에게 교령을 청원하자, 슈에레브 대주교가 사제와 신자들에게 교령을 펼쳐 보였다. 슈에레브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정순택 대주교를 서울대교구장으로 임명한다는 내용의 교령을 낭독했다.

 

“존경하올 정순택 베드로 형제에게 인사와 사도적 축복을 보냅니다.(중략) 지금까지 서울대교구에서 보좌 주교직을 현명하고 충실히 수행했던 존경하올 형제인 그대에게 교구장의 역할을 맡기는 것이 적합하다 여겨집니다. (중략) 그대를 서울의 대주교로 지명하며, 법적으로 주어지고 의무로 부과되었으며 교회법에 의거하여 귀속된 동일한 직무에 임명합니다.”

 

교령 낭독이 끝나자, 슈에레브 대주교와 사무처장 정영진 신부는 착좌록에 서명했다. 이어 전임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주교의 품위와 관할권을 상징하는 목장을 새 교구장에게 전달하자, 이를 숨죽여 지켜보던 사제와 신자들이 큰 박수로 축하했다. 이어 슈에레브 대주교와 전임 교구장의 인도로 정 대주교는 주교좌에 착좌했고, 축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목장을 짚고 주교좌에 착좌한 정 대주교는 신자들을 향해 목례하고, 크게 숨을 들이쉬며 눈을 감고 기도했다.

 

마침내 새 교구장이 된 정 대주교는 떨리는 걸음으로 제단에 함께 있는 주교들을 일일이 찾아가 깊게 고개 숙여 평화의 인사를 나눴다. 교구 사제단의 순명 서약을 받고, 사제ㆍ수도자ㆍ평신도 대표들과 평화의 인사를 나눴다.

 

정 대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먼저 전임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의 공로와 업적을 상세하게 언급했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때 124위 시복 미사를 봉헌한 장소가 광화문 광장으로 결정된 것’, ‘순교자 현양 신심이 교회 안에 깊게 뿌리내린 것’, ‘교회의 땅 한 톨 없던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지에 순교성지를 조성한 것’, ‘고통받는 북한 동포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끊지 않은 것’, ‘서울대신학교를 성좌 승인 교회대학 과정으로 만든 것’ 등이다.

 

이어 정 대주교는 “염수정 추기경님의 많은 업적을 잘 계승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한다”면서 “한편, 또 다른 면에서는 앞으로 2030년대를 향해 가는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교회상이 무엇인지 함께 모색하고 고민하고 찾아가야 하는 숙제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는 △교회의 영성적인 삶을 깊게 해 나가는 데 힘을 모으고 △젊은이들을 동반하는 데에 더 힘쓰는 교회가 되도록 △시노드를 통해 교구가 쇄신하고 변화하는 교회가 되기를 희망하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제14대 서울대교구장에 착좌한 정순택 대주교가 축가 ‘아무것도 너를’을 감상한 후 큰 박수를 치고 있다.



▲ 제14대 서울대교구장 착좌 미사에 참여하고 있는 환자.



▲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착좌 미사에서 한 어린이에게 안수하고 있다.

 

항상 두 손 모으고, 깊게 인사

 

“때로는 아버지도 되시고 어머니도 되셔야 할 대주교님께 / 순교자의 피로 축복받은 이 땅에서 더 열심히 순교 영성을 살아내야 할 수도자인 저희 모두는 / 주교님의 그 빨간 옷 빛깔처럼 열정적이고 따뜻한 사랑과 존경을 드리옵니다.”(이해인 수녀, ‘기도의 축시’ 중에서)

 

미사에 이은 축하식에서는 부산에서 온 이해인(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수녀의 밝고 낭랑한 목소리가 성당에 울려 퍼졌다. 이해인 수녀는 “오늘 이 시간 말로써만 표현하는 가벼운 축하가 아니라 일상의 삶 안에서 좀 더 구체적인 사랑을 실천하겠다는 다짐을 하나의 약속으로 만들어 진심 어린 기도와 감사의 꽃다발로 바치고 싶다”는 내용의 축시를 선물했다.

 

앞서 축하식은 약력 소개와 함께 꽃다발과 영적 예물 증정으로 시작됐다. 꽃다발은 중고등부 CYA 최연송(루치아) 학생이, 영적 예물은 서울 평협 손병선(아우구스티노) 회장이 전달했다. 영적 예물은 ‘미사 및 영성체 54만 2915회ㆍ묵주기도 334만 8006단ㆍ성체조배 34만 7095회ㆍ희생 36만 1850회ㆍ새 교구장님을 위한 기도 110만 1205회’로 교구민이 모은 영적 선물이다.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는 축사에서 “대주교님께서는 양 떼를 위하여 온 삶을 바치도록, 특별히 말씀의 선포와 성찬의 거행, 사랑의 봉사를 통하여 헌신하도록 부르심 받으신 것”이라며, “대주교님께서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기꺼이 그리고 온전히 복음을 선포하시도록, 또한 일치와 평화ㆍ화해를 북돋아 주시도록 저희 모두 기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사제단 대표로 이승주(청소년국장) 신부의 축사를 대독한 장원석(청소년국) 신부는 “대주교님께서는 경청하는 모습, 함께하는 모습을 통해 리더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셨다”고 회고했다. 폴란드 세계 청년 대회에서 청년들과 함께 광장에서 노숙하며 밀키트를 먹고, 청소년 담당 사제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모든 지구를 순회하고, 2∼3명의 청소년, 청년들이 모인 곳이라면 학교, 본당, 길거리를 가리지 않고 찾아다닌 일을 언급했다. 장 신부는 “이제는 청소년, 청년뿐만 아니라 모든 교구인들의 리더가 되어주셨으니 그저 감사드릴 따름”이라며 “저희는 더 신나게 사목 현장을 누비고 다닐 것”이라고 다짐했다.

 

축하식은 경건하면서도 기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한 사람의 축사가 끝날 때마다 정 대주교는 자리에서 일어나 깊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교구장에 착좌 후 신자들과 평화의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서울대교구장 착좌 미사 후 정순택 대주교를 비롯한 한국 천주교회 주교단이 명동대성당에서 다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신부님들의 협력 없이 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무엇보다 먼저 하느님께 감사를 올려야 마땅함에도, 사실 하느님께 감사의 마음보다는 하느님 앞에 무거운 책임감을 깊이 느끼고 있다고 함이 솔직한 표현이겠습니다.”

 

정 대주교는 준비된 이들의 축사가 모두 끝나자, 덤덤한 말투로 답사를 시작했다.

 

“하느님께는 지금 감사의 마음을 올리지는 못해도 하느님께서 허락하신다면 언젠가 달릴 길을 다 달리고 나서, ‘큰 대과 없이 달릴 길을 다 달렸습니다’라고 마음으로부터 깊은 감사를 올리고 싶습니다.”

 

정 대주교는 염수정 추기경을 비롯해 교구 주교단, 교구 사제들, 수도자들과 교우들에게 일일이 “깊이 감사를 드리고 싶다”는 말로 마음을 전했다. 답사에 “감사를 드립니다”는 표현은 12번 나왔다. 그러면서 그는 “신부님들의 협력 없이 저는 아무것도 아니다”면서 지지와 기도, 협력을 간곡히 요청했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 (중략) 하느님을 소유한 사람은 모든 것을 소유한 것이니.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도다∼♪”

 

답사에 이어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의 글에 김충희 수녀가 곡을 붙인 ‘아무것도 너를’이 축가로 울려 퍼졌다. 축가가 흘러나오는 내내, 정 대주교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모은 채 눈을 꼭 감고 축가를 경청했다.

 

끝으로, 착좌식 준비위원장 손희송(교구 총대리) 주교의 감사 인사가 이어졌다. 손 주교는 “정 대주교님의 감사 인사를 듣고 마음이 짠했다”며 “‘지금은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기가 어렵지만 달릴 길을 다 달린 다음에 감사하시겠다’는 그 말씀에 얼마만큼 마음고생을 하셨는가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손 주교는 “정 대주교님이 끝이 아니라 시작에, 중간에 하느님께 감사드릴 수 있도록 교구 신부님들이 마음으로 다짐해주셨으면 좋겠다”면서 “그런 다짐으로 모두 일어나 박수 한번 쳐 드리자”고 제안했다.

 

한편, 미사에 참여한 정 대주교의 이모 이구자(마리아 막달레나, 목3동본당)씨는 “언니(대주교의 모친)가 안 계셔서 사실 너무 슬프다”면서 “임명 발표 이후부터 온 가족이 기도로 무장한다고 똘똘 뭉쳐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우리 주교님을 뽑아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다”며 “하느님께서 솔로몬왕에게 지혜를 주신 것처럼 조카 주교님께 그런 지혜를 주셔서 하느님 백성을 잘 이끌어갈 주시길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대주교의 여동생 정유경(체칠리아)씨는 “명동에 오랜만에 나왔는데, 대주교님 사진이 붙어 있는 걸 보고 정말 예수님 생각이 너무 많이 났다”면서 “많은 분들에게 기도를 부탁드린다는 말씀으로 축하 인사를 대신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교좌 명동대성당에는 코로나19로 인해 600명만 입장해 새 교구장 탄생을 지켜봤다. 착좌 미사에 참여하지 못한 신자들은 가톨릭평화방송 TV와 유튜브 특별 생중계를 통해 교구장 탄생의 기쁨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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