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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상실]/클래식 교향곡

말러 / 교향곡 5번

by 세포네 2014.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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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hler : Symphony No. 5
                 Gustav Mahler 1860-1911





말러에게 있어 교향곡 5번은 새로운 출발이다. 불혹을 넘긴 그는 새로운 기악 교향곡의 첫 작품인 교향곡 5번에서 고도로 세련된 작곡 기법을 구사함과 동시에 전통적인 교향곡의 구성을 살짝 비틀어 특유의 음악적 풍자와 냉소를 좀 더 세련된 방식으로 드러냈다. 자신의 삶과 음악을 밀접하게 관련시키곤 했던 말러는 교향곡 5번에서도 그가 경험한 두 가지 중요한 사건을 은근히 암시하고 있다. 교향곡 5번에 착수하던 1901년에 말러는 심각한 장출혈로 위기를 겪은 데 이어 교향곡을 완성하던 1902년에는 미모의 알마 신틀러와 결혼하면서 지옥과 천국을 오갔다.

뒤섞여 있는 비극적 음악과 환희의 음악

비록 그 자신은 교향곡 5번에 어떠한 표제도 붙이지 않았지만, 비극적인 장송 행진곡으로 시작해 유난히 밝고 경쾌한 5악장으로 마무리되는 교향곡 5번은 죽음의 위기와 결혼의 행복이라는 두 가지 사건을 나타내는 듯하다. 비극적인 음악에서 환희의 음악으로 마무리되는 전개 방식은 ‘어둠에서 광명으로’ 향하는 전통적인 독일 교향곡의 구성과 닮았지만, 말러는 이 교향곡 곳곳에 자신의 가곡에서 따온 선율을 암시하며 수수께끼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무엇보다 말러가 교향곡 5번에서 이뤄낸 가장 놀라운 업적은 작곡 기법에서의 성취가 아닐까 싶다. 말러의 교향곡 5번에선 그 어떤 선율도 단순하게 등장하는 법이 없다. 하나의 주제가 또 다른 주제와 동시에 제시되는가 하면 조그만 반주 음형이 거대하게 자라나 전체 음악을 압도하기도 한다. 1, 3악장에선 트럼펫과 호른이 마치 협주곡의 솔리스트인 양 전면에 드러나고, 3, 5악장에선 여러 악기들이 매우 정교한 ‘폴리포니’(polyphony)를 만들어내며, 2, 5악장 마지막 부분에선 금관악기들이 통쾌한 코랄을 연주한다. 물론 교향곡 5번에서 가장 유명한 악장인 4악장 ‘아다지에토’의 아름다운 음악은 영화음악으로 사용될 정도로 로맨틱한 감성으로 가득하다.
말러가 교향곡 5번에서 그토록 다양하고 세련된 작곡 기법을 구사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당시 말러가 J. S. 바흐의 작품을 깊이 연구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1901년 3월경, 말러는 바흐의 악보 전집을 들여 놓고 틈날 때마다 들여다봤으며 여름휴가 때도 바흐가 사용했던 코랄에 다양하게 화성을 붙이며 하루 일과를 보내곤 했다. 바흐 음악을 통해 새로운 작곡 기법에 눈을 뜬 말러는 교향곡 5번을 작곡하면서 “초보자처럼 새롭게 곡을 썼다.”고 증언하기도 했는데, 실제로 교향곡 5번은 그의 초기 교향곡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음악이다.
말러의 교향곡 5번은 교향곡 5, 6, 7번으로 구성된 ‘중기 3부작’의 새 시대를 연 작품이다. 이 세 교향곡은 순수 기악곡으로, 일종의 ‘교향악적 칸타타’라고 할 수 있는 교향곡 2, 3, 4번과는 완전히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 새로운 3부작은 가사도 가수도 합창도 없이 진행된다. 또한 교향곡에 자신의 가곡을 인용하곤 했던 말러는 교향곡 5번에서는 단지 ‘암시’만 할 뿐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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