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회와 영성]/특집

[한국 천주교회사 특별 기획전] (7.끝) 과거의 모습 되새기며 미래의 평화 그리자

by 세포네 2017. 9. 3.
728x90

8막–인간을 위한 신앙 : 인간성 회복과 내적 쇄신

한국 가톨릭 교회는 1960년대부터 독재 정권과 산업화 과정에서 억압받던 시민과 노동자를 위해 인권 보호와 민주화에 앞장섰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인 노동자, 농민, 도시 빈민의 벗으로 그들의 권리를 함께 외쳤고 주교좌 명동대성당을 중심으로 민주화와 인권 회복을 위한 시대의 변화를 이끌었다. 1987년 6월 10일부터 5일간 군부독재에 항거한 명동대성당 농성은 이를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김수환 추기경은 “나를 밟고 지나가야 할 것”이라며 명동대성당에 들어온 시민들을 보호했다. 전국으로 확산한 민주항쟁의 결과 민주주의가 꽃필 수 있게 됐다. 지금도 한국 교회는 인간 존엄성 구현을 위해 계속 실천하고 있다.

  

103위 순교 성인을 위무함(Consolation of 103 Martyrs)
 

 

이 작품은 박해 속에서도 믿음을 지켰던 한국 가톨릭 교회 103위 성인을 그린 것이다. 작품 속 한국 교회 103위 순교 성인은 고통 속에서도 결의에 가득 찬 눈빛을 보여 준다. 그들 가운데 가시관을 쓰고 수난하시는 예수님의 얼굴과 못 박힌 손과 발이 십자가로 자리한다. 작가는 물감을 덧입힌 후 긁어내고 닦아내는 작업을 통해 성인들의 고단한 삶을 표현했다. 상처를 매만지고 어루만지듯 반복된 과정의 결과로 비로소 순교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이 드러났다. 영광으로 빛나는 얼굴들은 그들의 죽음을 기억하게 하며 오늘의 그리스도인에게 신앙을 일깨워준다.
  

9막–낮은 땅에서 천국을 품다.
 

한국 가톨릭 교회 230년의 역사를 돌아보는 것은 과거의 모습을 통해 미래를 약속하기 위함이다. 우리가 신앙을 구했던 이유와 선대의 고난을 기억함으로써 현재의 편안함에 만족하지 않고 성찰하며 실천하려는 것이다. “벽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다리를 놓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처럼 자신을 낮추어 상대를 품어 안을 때 비로소 서로 간의 적대적 대립이 해소될 것이며 경계를 넘어 참된 평화가 이뤄질 것이다.

 

일어나 비추어라(SURGE, ILLUMINARE)

 

이 작품은 한국 전통공예의 대표기법인 나전 칠화로 제작됐다. 총 세 부분으로 구성돼 한국 천주교회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 준다. 첫 번째, 과거 부분은 한국 가톨릭 교회의 자생적 교회 탄생과 100년간의 박해를 이겨낸 불굴의 순교 정신을 형상화했다. 왼쪽 아래에는 초기 천주교 교리연구회인 주어사 강학회 장면이 있다. 가운데에 새긴 조선 왕실의 제사를 담당한 종묘 앞에서 고문과 처형이 이루어지는 장면은 유교와 천주교 간에 벌어졌던 사상적 대립을 나타낸다.
 

두 번째, 현재 부분은 광화문ㆍ서소문 순교성지ㆍ124위 복자ㆍ교황 강복 장면 등을 통해 2014년 8월 16일 서울 광화문 시복식의 의미를 되새긴다. 미켈란젤로(Michelangelo, 1475~1564)의 ‘천지 창조’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당시 개최된 아시아 청소년대회와 124위 시복식의 표어인 “일어나 비추어라”를 상기시킨다.
 

마지막 미래 부분은 성모 마리아의 대관식 모습과 함께 인류와 우주 만물이 함께 춤추는 천상의 장면을 희망차게 표현했다. 6ㆍ25 전쟁에 참전했거나 지원했던 63개국의 국기는 남북 간 화합을 나타낸다. 우주 만물을 상징하는 훈민정음 28자와 불로장생을 나타내는 열 가지 소재로 구성된 한국의 민화 십장생도는 생명 문화의 회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순교자들의 무덤(Graves of Martyrs)

 

순교자들의 묘에서 발굴된 지석 6점과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된 백자 사발 70점은 한국 교회 초기 순교자들의 무덤을 상징한다. ‘지석’은 죽은 사람의 인적 사항이나 가족 관계, 무덤의 소재 등을 기록해 고인과 함께 묻었던 돌판이나 그릇을 말한다. 순교자들의 지석은 조선 후기 일상에서 사용하던 백자 대접이다. 그릇 안쪽의 물감을 긁어낸 후 먹으로 순교자들의 생년월일과 이름, 세례명, 순교 일을 적었다.
 

하느님의 뜻이 하늘에서와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열망하던 순교자들의 무덤 앞에서 우리는 죽은 이와 산 이의 통공(通功)을 느낀다. 그리스도를 위해 목숨을 바쳤거나 그분의 이름 때문에 모진 박해 속에서 고통을 받아야만 했던 유명무명의 순교자들을 기리며 기억한다. 순교자의 유산은 우리에게 정의롭고 자유로우며 화해를 이루는 사회를 위해 서로 화합하도록 영감을 불어넣어 준다. 더불어 온 세계에서 평화를 위해, 그리고 진정한 인간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이바지할 것을 우리에게 요청한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