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내가 너히 앞에 천사를 보내어 길에서 너희를 지키고 내가 마련한 곳으로 너희를 데레가게 하겠다." "하늘에서 그들의 천사들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얼굴을 늘 보고 있다." 여러분의 염려와 기도 덕분에 긴 기간의 외국방문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이번에도 저의 여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참으로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고 그래서 고마웠습니다. 그런데 놀라실 테지만 사실 저는 그렇게 해외여행을 많이 했어도 저 혼자 여행한 적이 없고 늘 누가 안내재줘야만 합니다. 그러니까 혼자 어느 나라를 가도 공항까지 누가 늘 마중나와줘야 하고 돌아올 때 공항까지 데려다줘야 하며 그곳에 있는 동안에도 혼자 밖을 다니지 않고 꼭 누가 있어야만 나가고, 한번도 그 나라 돈을 바꾼 적도, 제가 가지고 있은 적도 없으며, 그러니 당연히 저 혼자 뭘 산 적도 없지요. 그래서 해외여행을 할 때의 저는 오늘 복음말씀의 어린이처럼 제 스스로 어디를 갈 수 있다고 생각지도 않고 안내해줄 사람이 없으면 아예 가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해외여행을 할 때는 이처럼 안내를 잘 받는데 영적인 여정을 가는데는 그 길의 안내자인 천사의 안내를 잘 받는지 오늘 수호 천사의 축일을 지내며 성찰케 되고 반성케 됩니다. 사실 저는 수호천사의 안내를 잘 받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에게는 영적 지도자나 안내자를 가지라고 하면서 참 부끄럽게도 제게는 영적 동반자는 있어도 지도자는 없으며 그것도 따로 한사람이 특별히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여럿이 있습니다. 왤까를 생각하면 교만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다른 사람의 영적 여정의 동반자나 지도자는 되어줘도 나는 나 혼자 갈 수 있기에 혹 동반자는 필요해도 굳이 지도자까지는 필요치 않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영적 안내자인 수호천사를 필요로 하냐 하면 그렇기에 수호천사의 안내를 잘 받지도 않는 것입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을 보면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천사를 보내주시어 우리가 갈 곳을 가게하신다고 하지요. 말하자면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안내를 잘 받건 받지 않건 우리의 개별 안내자 수호천사를 보내주신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우리가 그 천사의 안내를 잘 받지 않는다는 것은 마치 차에 내비게이션이 있어도 사용치 않는 것처럼 영적 내비게이션인 수호천사도 잘 이용치 않는 것이지요. 그런데 더 문제인 것은 앞으로 한 동안 그럴 것 같은 점입니다. 교만이 쉽게 깨지지 않을 것 같기도 하지만 길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계시고, 그 안내서인 복음이 있으니 그 복음을 제가 꾸준히 묵상하고 저를 성실히 성찰한다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여전히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저는 수호천사를 보내주시는 하느님의 호의와 사랑에 소홀해도 하느님께서는 그 수호천사를 거두지 않으시고 수호천사도 제가 알게모르게 보호하고 안내해줄 거라고 믿습니다. 어린애가 자기 혼자 갈 수 있으니 가겠다고 해도 부모가 '그러면 그래라!'하며 내버려두지 않고 어떻게 가나 뒤에서 몰래 따라가며 보고 보호해주시듯이 말입니다. 아무튼 수호천사가 무용지물이 아닌지 돌아보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