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성금요일 저녁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기를 읽고 묵상할 때 마다 드는 한 가지 생각이 있습니다.
참으로 천부당만부당한 사건, 너무나 어이없고 기가 막히는 사건이라는 것입니다. 어떻게 감히 한낱 피조물인 인간들이 창조주이자 구원자이신 하느님을 그토록 잔혹하고 무자비하게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었는지...
겟세마니 동산으로부터 시작되어 골고타 언덕에서 종료된 예수님 수난 여정에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배반자 유다, 겁쟁이 헤로데, 애매한 총독 빌라도, 대사제 가야파, 겁쟁이 베드로, 그분의 십자가를 대신 짊어진 키레네 사람 시몬, 손수건으로 그분의 얼굴을 닦아드린 베로니카, 결박된 그분을 채찍질하고 침 뱉고 조롱하던 군사들, 끝까지 그분의 십자가 죽음을 지킨 성모님과 마리아 막달레나, 그리고 애제자 사도 요한...
하늘이 울고 땅이 우는 성 금요일, 우리는 그 옛날 예수님 수난 여정에 등장하는 인물들 가운데 어떤 부류에 속하는지 깊이 성찰해볼 일입니다.
오늘 밤 우리는 다시 한 번 긴 예수님의 수난기를 들으면서 나는 과연 예수님의 수난과 십자가 죽음에 어떤 모습으로 참여했는지 곰곰이 돌아봐야겠습니다.
오늘 우리는 어떤 모습을 취하고 있습니까? 예수님의 수난과 십자가 길을 바로 내 삶으로, 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까? 나는 그분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영광스런 부활의 적극적인 증인입니까? 아니면 그분 수난 여정의 길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서 있는 변두리 관찰자입니까?